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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명품시] 김영랑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시문학>창간호(1930)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金永郞)의 초기 시는 엄격할 정도로 순수 지향의 절대 정신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시대 정신과 이데올로기를 배제(排除)하고, 오로지 음악성과 언어의 조탁(彫琢)에 의한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 시가 1930년 <시문학> 창간호에 발표될 때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이란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이 시는 마음에 흐르는 서정의 물줄기를 강물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아침 햇빛에 빛나는 동백잎을 바라보며 그것을 바라보는 시적 자아의 맑고 투명한 마음의 상태를 끝없이 흐르는 아름다운 강물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ㄴ,ㄹ,ㅁ,ㅇ’의 유음(流音)과 비음(鼻音)의 사용을 통한 밝은 느낌, 각운(脚韻)에 의한 운율미 등이 이 시의 음악성의 효과를 돋보이게 한다.
김영랑의 순수시들은 ‘내 마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정지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고 움직이는 동태적(動態的)인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시에서 ‘내 마음’이 지향하는 세계는 제4행에서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내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내 마음’은 순수와 절대성을 지향하는 시적 자아의 서정이라 하겠다. 제1,2행에서 무형적인 ‘내 마음’을 구체적인 강물의 모습으로 형태화시켜 마음 속의 심적 움직임을 흐르는 강물에 비유하고 있다. 즉, 강물이 끝없이 흐르듯이 시적 자아의 서정의 물줄기는 끝없이 흐른다는 것이다. ‘도쳐 오르는 아침 날빛’은 돋아 오르는 아침 햇빛을 말한다. ‘도쳐’, ‘아침’, ‘날빛’에 ‘ㅊ’음을 거듭 사용하여 돋아 오르는 햇빛의 강렬하고 힘찬 느낌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는 아침 햇살이 강물에 비쳐 시각적으로 번쩍이는 강물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은결’은 은빛 물결을 말하고, ‘도도네’는 ‘돋우네’를 양성모음을 사용하여 밝은 느낌을 나타내고 있다. 시적 자아의 마음 속에 흐르는 서정의 물줄기가 아름답고 밝게 흐르고 있는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들’을 통해 서정의 물줄기가 내면을 향해 흐르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시적 자아를 둘러싼 모든 외적 세계를 배제하고 오로지 순수와 절대 정신으로 지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에서 ‘도른도른’은 ‘도란도란’의 작은 표현으로, 낮은 목소리로 정답게 속삭이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내 마음’은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된 곳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는 첫 행을 마지막에 다시 반복하여 구성상 균형과 안정감의 효과를 주는 수미상관식(首尾相關式) 구성으로 짜여져 있으며, 이것은 시적 자아의 서정적 물줄기가 끝없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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