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운동권 권력 중추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영(令)이 먹히지 않게 되고 그 대신 586 운동권 강경파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586 운동권 주류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시대엔 직접 통치 아닌 간접 통치에 만족해야 했다. 그들의 때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0대 후반에 이른 그들은 “이젠 우리가 대통령도 해 먹고 통치도 해야 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

윤석열 검찰총장./김지호기자
윤석열 검찰총장./김지호기자

그들이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은, 그들의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을 좌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선 이젠 더는 어정쩡한 노무현·문재인 정도에 머무르지 말고 더 화끈한 혁명 독재로 가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그렇게 보았을까? 그들의 이념형 부동산 정책, 소득 주도 성장, 반미친중, 탈원전, 대북 사미인곡이 불러온 재앙에 대한 흉흉한 민심, 그리고 그들의 파렴치한 권력형 범죄에 대한 윤석열 검찰과 최재형 감사원의 수사를 그냥 방치했다가는 자기들이 언제 어느 때 죽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긴 탓일 것이다. 그들에 대한 여론의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훨씬 웃돌게 된 것도 그들의 공포감을 더 키웠을 것이다.

당위론적으로 말하면, 무엇을 잘못했으면 그것을 신속하게 시인, 자책, 사과, 시정하는 게 다시 사는 길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자명한 이치가 특히 정치의 세계에선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신기루인 것 같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도 역대 모든 정권이 말기에 가선 그런 현명한 길과는 반대되는, 강경파의 발호로 인한 비극적 자기 파괴의 길로 갔다.

1950년대 이승만 대통령 당시 이기붕과 그의 아내 박 마리아에게 충성하는 내무부 장관 최인규·장경근, 정치깡패 이정재·임화수, 경무대 경찰서장 곽영주 등 집권 측 강경파는 3·15 부정선거 등 험한 범죄를 저질렀다. 마산 시민이 궐기하고 김주열 청년의 시신이 얼굴에 최루탄이 박힌 채 바다에 떠올랐다. 무장경찰이 4·19 시위대에 발포한 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이기붕 일가가 자살했다. 강경 친위 세력의 자업자득이었다.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에서는 원내 교섭단체 유신정우회, 중앙정보부, 보안사령부, 수도경비사령부, 차지철의 청와대 경호실 같은 국가 기관들이 강경파 짓을 했다. 이 지나침에 전통적 체제 수호 세력이라 할 보수기독교, 부산 국제시장 상인들, 심지어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까지 등을 돌렸다. 유신 강경파가 초래한 또 한 차례의 자업자득, 궁정동 최후의 만찬이었다. 1980년대 5공 말기엔 치안국 남영동 분실과 일선 경찰이 강경파 역을 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부천서 성고문이 국민을 격앙시켰다. 6·10 민주화 운동이 촉발되고 6·29 민주화 조치가 나왔다. 이 역시 전형적인 강경파의 자살골이었다.

왕년의 386 세대, 오늘의 586 세대는 바로 이 강경파들의 폭정에 맞서 싸웠노라, 으스대는 피해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젠 또 하나의 뻔뻔스러운 권력자, 기득권자, 가해자로 타락해 있다. 그들은 울산시장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되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도 받고 있다.

기가 찰 일은 그들이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못 하게 하려고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중수청(중대범죄 수사청)이란 게 그것이다. 더 미치고 까무러칠 일은 검찰 해체에 앞장선 면면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있는 피의자, 피고인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들 눈엔 국민이 개돼지로밖엔 비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정치사에서 봤듯이, 강경·강성·무뢰배·흉한(兇漢)·무법자들이 설치면 설칠수록 역대 모든 정권은 어김없이 위기·말기·붕괴·파멸로 갔다. 이 궁지를 586 프랑켄슈타인들은 재난지원금, 가덕도 신공항 따위로 만회하려 한다. 재미 좀 볼 것이다. 자유인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검찰이 없어지기 전에, 윤석열의 시간이 다하기 전에 운동권 위선자들의 권력형 범죄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꼬리에서 몸통까지 모조리 들춰내 감옥에 보내야 한다.

윤석열 총장은 더 큰 결단도 내려야 한다. 중수청 법안이 발의될 무렵, 그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대한제국 군대 해산 날 박승환 대대장은 권총 자결을 했다. 대한민국 검찰 해산 날 윤 총장은 자결 대신 칼을 뽑을 만하다. 모든 걸 던지면 뭔가를 얻는다. 시대는 반(反)전체주의 ‘자유 레지스탕스’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