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99주년 3·1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독립문까지 대형 태극기를 들고 행진한 뒤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제99주년 3·1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독립문까지 대형 태극기를 들고 행진한 뒤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절에 지인들과 카톡방 대화를 하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이 항일 독립 의지를 위해 지은 것으로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립문은 중국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서재필 선생이 주축이 돼 지은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항중(抗中) 독립문을 항일로 오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 현대사 인식의 굴곡 지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에 많은 피해를 당했지만 그 정도를 따진다면 중국이 준 굴욕과 고난이 훨씬 크다. 그 수모의 세월이 500년이 훨씬 넘는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해 우리를 분노케 했지만 사실 그들은 500년 이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 조선은 무력을 사실상 포기하고 중국 밑으로 스스로 기어들어 간 나라였다. 중국 황제가 승인해야 왕이 될 수 있었다. 매년 바쳐야 하는 온갖 공물에 백성의 진이 빠졌다. 심지어 중국 사신의 서열이 조선 왕보다 높았다. 사신이 한번 뜨면 조선의 산천초목이 떨었다. 중국 조정에 뇌물을 바치고 사신에 임명된 자들이 조선에 와 본전의 몇 배를 뽑았다. 나라가 매번 거덜 날 지경이었다.

중국 사신이 오면 조선 왕이 나가 영접하던 곳이 영은문(迎恩門)이었다. 중국 황제의 은혜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중국이 패하자 조선은 마침내 중국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영은문을 헐어 없애고 중국의 속박에서 벗어난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1897년 바로 그 자리에 세운 것이 독립문이다.

이 독립문을 엉뚱하게 항일 상징으로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반일(反日)이 정치 수단이 된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을 존경하고 반일을 내세우는 민주화 운동권이 권력을 잡으면서 중국이 우리에게 준 막대한 피해는 묻히고 잊혔다. 마침내 6·25 남침을 김일성과 함께 모의하고 우리 국민 수십만 명을 살상한 마오쩌둥을 가장 존경한다는 대통령 두 명(노무현 문재인)까지 등장했다.

독립문에 대한 오해가 희극이 돼버린 사례가 문 대통령의 2018년 3·1절 기념식이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을 서대문 형무소에서 개최하고 강한 반일 연설을 했다. 그러더니 참석자들과 함께 인근 독립문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일행은 독립문 앞에 서서 함께 만세 삼창을 했다. 항일 행사가 반중(反中) 만세로 끝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 가서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비하하고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고 우러러본 사람이다. 그가 독립문이 중국에서 독립했음을 기념하는 상징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거기서 만세를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