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슬픔
―고난 주일에
성경을 읽을 때마다
가슴 저리게 슬픔을 느끼는 건
그분이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누가복음> 23장을 읽을 때입니다.
채찍을 든 로마 군병들이 앞장서고
세차게 부는 바람 속에
헐떡이며헐떡이며
그 험한 바위산을 맨발로 올라가실 때
송글송글 떨어지는 핏방울은
장미꽃으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분은 내 안에 자리잡았습니다.
진실로진실로
나는 예수님 시대에 사는
여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혈루병 든 환자가 아니라도
그분의 옷자락을 가만히 만져보고,
그분의 온유한 목소리에
흠뻑 취해 보고 싶었습니다.
수요 예배를 끝내고 돌아오는 저녁
나는 가끔 그분을 만납니다.
아파트 옥상에 떠 있는 별은
그분의 눈동자가 되어 나를 내려다봅니다.
살랑이는 저녁 바람은
그분의 목소리가 되어 내 귓전을 스칩니다.
나의 죄 때문에
돌아가신 예수님
성경을 읽으면서
이 험한 세상의
한 알의 밀알의 의미를 되새길 때마다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나옵니다.